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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 많은 사람들이 틀리는 한국어 문법
    Info 2015. 8. 7. 20:22

    아주 많은 사람들이 틀리는 한국어 문법

     

    현재 사건이나 사실을 서술하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로 형용사에는 '-다'가, 동사에는 '-ㄴ다' 또는 '-는다'가 붙는데, '맞다'는 동사이므로 '맞는다'로 쓰는 것이 문법에 맞는다. 한국어에서 동사는 어근을 그대로 사용하는 법이 없고 반드시 시제 보조사를 넣어서 쓴다.


    •답이 맞다 (X) → 답이 맞는다 (O)
    •네 말이 맞다 (X) → 네 말이 맞는다 (O)
    •정말 그 주장이 맞다면 (X) → 정말 그 주장이 맞는다면 (O)
    •너는 그 사람들과 잘 맞구나! (X) → 너는 그 사람들과 잘 맞는구나! (O)

     


    문장을 동사로 끝낼 때, '나는 숙제를 하다', '나는 집에 가다', '나는 밥을 먹다'와 같이 쓰지 않고 언제나 '나는 숙제를 한다', '나는 집에 간다', '나는 밥을 먹는다'와 같이 쓰듯이, '맞다' 또한 동사이기 때문에 '네 말이 맞다'가 아니라 '네 말이 맞는다'로 쓰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맞는다. 다만 사전 등에서 기본형을 써야 하는 경우나 절대문('나무들, 비탈에 서다'와 같이, 신문 제호나 책 제목에 종종 쓰이는 문체)을 쓸 경우는 '맞다'로 쓰는 것이 문법에 맞겠지만, 일반적인 문장에서는 '맞는다'와 같이 써야 원칙적으로는 문법에 맞는다는 것이다.

     

     


    부정형 또한 '맞지 않다'가 아니라 '맞지 않는다'라고 쓰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맞는다. '나는 숙제를 하지 않다', '나는 집에 가지 않다', '나는 밥을 먹지 않다'와 같이 쓰지 않고 '나는 숙제를 하지 않는다', '나는 집에 가지 않는다', '나는 밥을 먹지 않는다'와 같이 쓰듯, '네 말이 맞지 않다'도 원칙적으로는 문법에 맞지 않는다.

    •답이 맞지 않다 (X) → 답이 맞지 않는다 (O)
    •네 말은 맞지 않다 (X) → 네 말은 맞지 않는다 (O)
    •정말 그 주장이 맞지 않다면 (X) → 정말 그 주장이 맞지 않는다면 (O)
    •너는 그 사람들과 잘 맞지 않구나 (X) → 너는 그 사람들과 잘 맞지 않는구나 (O)

     


    국립국어원은 이러한 근거로 '맞다'를 동사로 보고 있고, 주요 답변 모음에서도 '맞다와 '틀리다'의 활용형에 대해 다루고 있다. 2003년에도 '맞다'의 (잘못된) 쓰임에 대한 지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맞는다'를 쓸 자리에 '맞다'를 (잘못) 쓰는 것은 상당히 오래된 현상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맞다, 게보린!"이나 "맞다! 보라색 맛 났어!"처럼 '맞다'를 감탄사처럼 사용하는 예도 있다. 이로 인해 젊은 세대들에겐 '맞다'가 깊게 각인되어 있다. 맞춤법 검사기 기능이 있는 아래아 한글에서도 '맞다'에는 빨간 줄이 그어지지 않지만, '네 말이 맞다' 자체는 문법에 맞지 않는 것이지 맞춤법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맞춤법 검사기가 잡지 못하는 것이다.

    '맞다'가 동사뿐만 아니라 형용사로도 인정된다면 '네 말이 맞다'도 문법에 맞는 말이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맞다'가 형용사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네 말이 맞다'는 원칙적으로는 문법에 맞지 않는다.

    다만 '맞다'와는 달리 '알맞다'와 '걸맞다'는 형용사이므로 '알맞는다', '걸맞는다'로 쓰면 틀린다. 즉 '맞는 답', '알맞은 답'이 문법에 맞는다는 것. '맞은 답'이라면 과거에는 정답이었으나 현재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형용사 '신기하다'를 '신기한 물건'과 같이 쓰고 '신기하는 물건'과 같이 쓰지 않듯, '알맞다' 또한 형용사이기 때문에 '알맞는 답'은 문법에 맞지 않는다.

     


    '틀리다'도 동사이기 때문에 '네 답이 틀리다'가 아니라 '네 답이 틀린다'가 맞고, '다음 중 틀린 것은?'이 아니라 '다음 중 틀리는 것은?'이 원칙적으로는 맞는다. 생각해 보면, '다음 중 맞은 것은?'이 아니라 '다음 중 맞는 것은?'이라고 하면서 '다음 중 틀리는 것은?'이 아니라 '다음 중 틀린 것은?'이라고 하는 것도 모순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국립국어원 또한 이 현상에 대해 다룬다.

    '웃기다'도 동사이기 때문에 '이거 정말 웃기다'가 아니라 '이거 정말 웃긴다'가 원칙적으로 맞고, '나를 웃기는 사진'과 '나를 웃긴 사진'은 의미가 다르다. '나를 웃기는 사진'이라면 현재 나를 웃게 만들고 있는 사진 또는 볼 때마다 나를 웃게 만드는 사진이라는 뜻이고, '나를 웃긴 사진'이라면 과거에 나를 웃게 만든 사진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나를 웃긴 사진'은 '나를 웃기는 사진'의 줄임 표현으로 인식된다. 그리고 과거를 표현하고 싶다면 '나를 웃겼던 사진'이 대신 사용된다. 사람들이 '나를/우리를 웃기는 사진'에서 '나를/우리를'을 생략해 '웃기는 사진'으로 많이 쓰다 보니 '웃기다'에 본뜻인 '웃게 하다'(동사)뿐만 아니라 '재미있다'와 비슷한 뜻(형용사)이 더해졌고, 이러다 보니 '웃기다'는 '그는 사람들을 잘 웃긴다(= 웃게 한다)'와 '웃긴(≒ 재미있는) 사진'과 같이 동사로도 형용사로도 쓰이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웃긴 지명'이 아니라 웃기는 지명이 맞는다. '웃기다'를 '웃게 하다'로 풀어서 쓴다면 '웃게 하는 지명'으로 쓰지 '웃게 한 지명'으로 쓰지 않는 것을 생각해 보자.

    '모자라다' 또한 동사이기 때문에 '그 사람은 모자라다',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은 모자란다', '모자라는 사람'이라고 해야 원칙적으로는 맞는다. '지능이 떨어진 사람'이 아니라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하듯,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 '모자라는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맞는다.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것은 한국어에서 동사와 형용사의 구분이 애매하기 때문이고, 문장을 끝맺는 엔딩이 그 경계를 더 애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문장 규범 문법에서는 동사와 형용사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고 사전도 동사와 형용사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지만, 한국어는 전통적으로 동사와 형용사를 명확히 구별하지 않았고, 아직도 동사와 형용사의 중간적 성질을 띠는 단어들이 여럿 있다. 크다/큰다, 늦다/늦는다 등이 동사로도 형용사로도 쓰이는 것과 형용사 '있다'(존재하다), '없다'의 관형사형이 다른 형용사들과는 달리 '있은', '없은'이 아니라 동사처럼 '있는', '없는'이 되는 것도 이 현상을 잘 보여 준다.

     

    그렇다고 한국어에서 동사와 형용사의 구분이 없다는 건 아니다. 맞다와 비슷한 뜻을 지니는 형용사 '옳다'를 떠올려보고 '네 말이 옳다'와 '네 맡이 옳는다'(비문)를 생각해보면 분명 뭔가 구분되는 게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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